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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예술공간 이아 대관전시 [배효정 개인전 <집들_이 (HOUSES)>] 개최2019-12-07 ~ 2019-12-14

○ 전 시 명 : 배효정 개인전 < 집들_이 [HOUSES] >

○ 전시기간 : 2019. 12. 7.(토) - 12. 14.(토), ※ 월요일 휴관, 10:00~18:00

○ 전시장소 : 예술공간 이아  전시실 2

 

집들.이 [Houses] 작가노트

집을 옮기고 나면 몸이 그것을 제일 먼저 체감한다. 현관문의 열림 버튼, 출입구 신발장의 방향, 방과 방 사이, 화장실의 거리, 싱크대의 높이 등 무의식적으로 몸이 기억하고 있던 공간이 새로운 집에서는 낯선 경험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다시 공간에 적응하고 자신의 영역을 재구성 해나간다.

열아홉에 집을 떠나, 서른아홉이 될 때까지 스물네 번 정도 이사를 했다. 고향이었던 대구에서 서울로, 미국의 유타주와 뉴욕, 그리고 다시 서울을 거쳐 제주까지. 지난 이십년간 스무 곳이 넘는 집을 옮겨 다니다 보니 나의 머릿속엔 집들이 서로 엉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어떤 집은 집 자체 보단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어떤 집은 화장실이, 어떤 집은 그 주변 골목의 풍경이 더 생생히 남아 있는 곳들도 있다.

유난히 많은 이사를 다녀야 했던 시절, 나에게 그러한 이동은 자유로운 유목의 체험이기도 했지만 마치 미로 안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는 듯한 생존의 체험이기도 하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이방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와 같은 이들이 많았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모여든 외지인들로 가득한 서울과 뉴욕은 물론아고,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유타 또한 종교적 박해를 피해 멀리서 떠나온 이들이 허허벌판에 세운 도시가 아닌었던가.

지금, 제주는 멀리서 떠나온 이들과 지금껏 살아온 이들, 그리고 다시 떠나는 이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군가는 새로운 공간에 적응 하여야 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에 적응 하여야 한다. 원주민들과 이주민_ 살아온 이들과 떠나온 자들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지금, 이곳, 제주에서 내가 떠나온 곳들을 되돌아보기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거꾸로 매달려 미국 국가를 한국어 어순에 맞추어 낭독’하고 (O,say, 2010) ‘할머니의 제주어를 받아쓰기’ 하고 (궤짝과 잡초, 2019) ‘끊임없이 돌담을 쌓았다 허무는 할아버지를 기록’하는 (할아버지의 취미생활, 2019) 행위들은 내 나름의 적응기제였다. 삶의 배경이 바뀌는 순간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언어적 혹은 문화적 차이에 의한 소통의 부재를 나는, 나의 삶을 재연하고, 재현하는 작업들을 통해 넘어서고자 하였다.

기억은 어떤 계기를 통해 촉발되고 활성화된다. 때때로 어떤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회상이, 기억 속 어렴풋한 공간을 또렷하게 되살려 줄때가 있다. 위성지도로 사라진 집터를 찾고, 옛 연인과의 메일함을 뒤적이고, 가까운 친구들에게 그 집의 기억을 물으며 진행 되었던 작업 과정을 통해 내가 찾아 낸 것은 결국 그 집의 외형이 아닌 우리네 삶의 이야기였다. 내가 살아온 집들은 그 안에서 사람이 살고, 사건이 생기고, 감정이 뒤섞였던 삶의 공간이었다. 아파트와 빌라, 반지하와 옥탑, 뉴욕의 쉐어 하우스에서 제주 바닷가 촌집까지. 내 기억 속 오래된 집들에 그 사람들과 나의 이야기를 채워본다.

 

많은 관심, 관람 부탁드립니다. ^^